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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 THE MOONLIT CHRONICLES
// OFFICIAL_DEFAULTU · 디폴투 기획·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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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직── 지지직── ]
오래된 텔레비전의 전원을 켠 듯한 잡음.
새까만 화면 위로 희미한 빛이 번지기 시작한다.
마치 잠들어 있던 기억이 천천히 깨어나는 것처럼.
그리고 화면은 어느 한 인물의 뒷모습을 비춘다.
긴 망토.
별빛처럼 흩날리는 푸른 입자.
그는 아무 말 없이 어둠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메라는 조금씩...천천히...그를 향해 다가가ㅈㅡ
[ 운명가 ]
"...조용히 해보게.
...귀중한 손님이 오셨잖은가."
어디선가 나레이터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사라진다.
...잠깐.
나레이터에게 표정이라는 게 있었던가?
[ 운명가 ]
"흠. 그래.
이곳에 온 것을 환영하네.
독자라고 해야 하나…아니면 시청자라고 해야 하나.
뭐, 그런 건 중요하지 않지.

중요한 건…”
그가 옅게 웃는다.
[ 운명가 ]
“자네가 결국 이곳에 도착했다는 사실이야.

아, 참고로 말해두겠네.
이 공간은 내가 잠시 빚어낸 가상의 영역이야.
이야기가 끝나고 정확히 3분 42초 후.
이곳은 푸른 성운과 보랏빛 빛무리로 흩어지며 완전히 소멸할 걸세.

...어째서 그렇게 자세히 아냐고?

…

난 운명을 볼 수 있으니까."
(나레이터가 다시 등장하며)주변 공간이 일순간 흔들린다.
별빛들이 그의 주위를 공전한다.
운명가는 아무것도 없지만 마치 그곳에 나레이터가 있다는 듯이 한번 쳐다보고-
[ 운명가 ]
“뭘 그런 것까지 설명하고 있어;”
[ 운명가 ]
"큼…뭐,
엄밀히 따지자면 난 신과 비슷한 존재야.
아니.
신조차도 자신의 운명을 알지 못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신보다 조금 위일지도 모르겠군."
그는 손짓한다.
수천 개의 빛나는 실들이 허공에 나타난다.
각각 다른 색.
다른 방향.
다른 미래.
[ 운명가 ]
"하지만 난 신은 아니야. 굳이 비유하자면...
게임 개발자 같은 존재지.
코드들은 개발자의 존재를 알 수 없잖나. 그것과 마찬가지야.

난 세상의 뒤편에서.
흐름을 지켜볼 뿐.

맞아, 난 세상에 개입같은거 안해. 대충 공평한 창조자 컨셉…주재자가 함부로 섭리를 유린하고 다니면…재미없잖아?

...하지만 너무 심심해서 너희같은 다른 존재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운명가는 헛기침을 했다.
[ 운명가 ]
"아무튼.
오늘은 특별히.
자네에게 이 디프래그의 연대기를 들려주려고 하네.

처음부터.

현재까지.”
[ 반짝──! ]
[ 운명가 ]
"세상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네.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었지.
빛도
색도
소리도
그리고 이렇게 이어지는 언어와 사유도.

그 어떤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어.
그저.

공허.

끝없이 이어지는 절대적인 공허뿐이었지.
공허는 단순히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야.
그곳에선 희망이 사라지고, 의지가 마모되며, 자아가 붕괴된다.
존재라는 개념 자체가 서서히 지워져.
만약 지금의 로블록시안이 그곳에 던져진다면.
몇 분도 버티지 못할 걸세.

시간의 흐름이 조금씩 누적되면…
서서히 인식의 균열이 생기고 환각이 밀려오기 시작하고,
환각을 보게 되고.
세상이 뒤틀리며.
일명 “null zone” 현상을 겪다가
존재가 분해되기 시작하지.

그리고 결국.
사라진다네.

흔적조차 남기지 못한 채"
[ 운명가 ]
"어쨌든, 헤아릴 수조차 없이 긴 적막의 시간 동안—
그 태초의 허공에는 공허밖에 없었어.
생명도
물질도
그 어떤 개념의 씨앗조차 존재하지 않았어.

그러던 어느날.

공허의 중심에서.
아주 작은 빛 하나가 태어났다.
처음엔 별빛만큼이나 작았지.

하지만, 빛은 점점 커져갔어.
색을 얻고, 온도를 얻고, 의미를 얻고, 존재를 얻었지.

그리고.

생명이 되었다.
...잠깐.
갑자기 생명체는 무슨 소리냐고?”
운명가는 피식 웃었다.
[ 운명가 ]
“내 이야기니까, 당연히 내가 등장해야 하지 않겠나."
[ 운명가 ]
"눈을 떴을 때, 난 빛 속에 서 있었네.
주변은 끝없는 하늘빛이었지

대지도 없었고, 별도 없었으며, 행성도 없었어.
완전히 비어 있는 세계..

그리고 내 어깨에는 망토 하나가 걸쳐져 있었지.
어디서 왔는지..누가 만들었는지..왜 존재하는지…아무것도 몰랐네.

그저.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어.
나는 호기심에 망토의 끝자락을 뜯어냈지.

그리고 그 하늘색 빛 속에 던져버렸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어.

망토 조각은 공허를 떠돌다가 둘로 갈라졌고. 둘은 넷이 되었으며. 넷은 수십 개가 되었고. 수십 개는 수천 개가 되었지.

별이 태어났다.
성단이 태어났다.
성운이 태어났다.
은하가 태어났다.

그리고.
행성이 태어났다.”
나레이터도 운명가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있다..
[ 운명가 ]
“행성은 무수한 세계가 공허를 채우기 시작했어.
침묵뿐이던 우주는.
처음으로 생명의 가능성을 품게 되었지.”
운명가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수많은 별들이 허공을 수놓는다.
[ 운명가 ]
"그리고.
그 수많은 행성 중 하나에서.
역사가 시작되었네.

로블록시안들의 역사 말일세.”
[ 운명가 ]
"난 갓 태어난 세계를 바삐 유영하며 돌아다녔어. 전능한 주재자답지 않게, 어린아이 같은 경이로움으로 가득 찬 채로…
행성들을 우주에서 보면 각자의 외각의 형태라는 것이 있었어. 외양은 그 행성의 본질을 함축해주는 표지이자 성좌와도 같았지.
하지만 내부는 조금… 단순했어. 대부분의 행성은 모두 비슷한— 아니, 그냥 동일한 구조였어.

네모난 두 색깔의 회색이 규칙적으로 나열되어있었고,
하늘은 그저 하늘색이었어.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 특별한 행성에는 이상한 문양이 존재했지.
누가 만들었는지.
왜 존재하는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문양.

조잡한 낙서처럼 보이기도 했고, 어떤 고대의 의식진처럼 보이기도 했어.
하지만 이상하게도.
완벽했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마치 누군가 계산한 듯,
모든 선과 곡선이 기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어.

나는 그 문양 위에 섰네.

그리고.

기다렸지.

끝이 보이지 않는 회랑의 한복판에 멈춰 서서,
명상하듯 그 고요한 공백을 주시했어.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문양이 빛나기 시작했어.

은은한 푸른빛.

자리를 잠시 비켜주자,
그 위에서 무언가가 느껴졌어.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지만,
난 단숨에 깨달았지.

생명의 고동.

최초의 로블록시안.

그것이 시작이었네."
[ 운명가 ]
"한 명.
그리고 또 한 명.
또 한 명.
그들은…끝없이 태어났어.

공허밖에 존재하지 않던 우주에
처음으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지.

그들은 너희 인간들과 다를 바가 없었어.
보고, 만지고, 느끼고, 사유하고, 표현했지

때로는 울고.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서로를 위해 희생했지.

물론, 그들에겐 배고픔이나 갈증 같은 육신의 속박은 없었지만.

그리고 그들은 그 신비로운 문양을
'스폰포인트'
라고 불렀네.

생명의 근원이자.
존재의 문.

로블록시안 문명의 최초의 성지였어.

그리고.

너희 인간들처럼,

그들은 번성하기 시작했네."
[ 운명가 ]
"세월이 흐르고, 수많은 로블록시안이 태어났어.
그들은 평화를 사랑했네.
작은 집을 짓고, 광장을 만들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문명을 발전시켰어.

…몇몇은, 자신을 왕으로 칭하며 치세를 열기 시작하기도 했지만.

어느 날.
두 명의 로블록시안이 태어났네.
그들의 이름은.

빌더맨.

그리고.

에릭 카셀.

이름만 들으면 평범해 보이겠지.
하지만.

역사는 그들을
'제국의 두 기둥'
이라 기록하고 있네."
[ 운명가 ]
"빌더맨은 창조의 재능을 타고났어.
그의 망치가 닿는 곳마다 기둥이 솟아오르고, 길이 만들어졌으며, 도시가 탄생했지.
그는 허허벌판에 문명을 세웠고.
베이스플레이트 위에 영겁의 마법을 세웠으며.
그 마법덕분에 아직도 기둥은 계속 세워지고 있다네.

그 기둥은
로블록시안들의 꿈을 담을 공간이지.

빌더맨이 세운 기둥엔 하나의 입구가 있었어.
그 입구로 들어가면 새로운 행성으로 순간이동이 되고, 처음으로 입구에 들어온 사람은 그 행성을 마음대로 창작하고, 파괴하고, 상상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었어.
그들은 그것을 ‘워크스페이스'라고 불렀지.

쨌든 그들은 빌더맨을
반드시 빌더맨”경”이라 불렀어."
[ 운명가 ]
"반면.

에릭 카셀은 달랐네.
그는 건물을 세우지 않았어.
대신.

세상을 세웠지.
옷, 장신구, 화폐, 규칙, 예절, 거래, 법, 기어.

지금의 로블록시안 사회를 이루는 모든 기초.
그것들을 만든 존재가 바로 에릭 카셀이었네.

빌더맨이 제국의 육신이었다면.

에릭 카셀은 제국의 정신이었어.

한 명은 세계를 만들었고.

한 명은 질서를 만들었지.

그리고.
그 둘이 손을 맞잡았을 때.
역사는 새로운 장을 맞이하게 되었네."
[ 운명가 ]
"그것이 무엇이냐고?

‘로블록시안_제국’

그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대지를 빚고.
하늘에 꿈을 새기며.
마침내 로블록시안_제국이라는 나라를 세웠네.

그들은 현재 모든 로블록시안들의 고향을 만들었어.

문명의 심장이었지.

…어서와!
로블록시안 제국은 2번째로 건설된 국가야.

게스트 제국
로블록시안 제국
검은바위 왕국
펑글.
묘지.
소서러.

이렇게 6개의 국가가 건국됐고, 각 나라는 고유한 이념과 통치 철학으로 국가를 운영했어.

서로 교류하고, 외교의 실을 이어가며— 세상은 황금의 시대를 맞이하는 듯했어.
모든 로블록시안들의 요람이자,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 같던 평화의 황금률이었어."
[ 운명가 ]
"쨌든…

찬란한 영광의 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어느 날.
일곱 개의 검이 모였네.

여섯 왕국의 상징.
얼음단검, 베놈생크, 고스트워커, 파이어브랜드, 윈드포스, 일루미나

그리고.

청랑이라는 수수께끼의 로블록시안이 가져온 검.

다크하트.

그 일곱 검은 하나의 의지로 융합되었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기어가 탄생했지.

밴 해머.

심판의 망치.

절대적인 권한.

존재를 지워버릴 수 있는 힘.

그리고.

그 힘은 가장 혁신적인 나라, 로블록시안 제국에 맡겨졌네.

그 선택이.

훗날 세상을 불태울 전쟁의 불씨가 될 줄도 모른 채.”
[ 운명가 ]
"...참 우스운 일이네.
역사라는 것은 늘 그래.
가장 찬란한 시대에
가장 끔찍한 비극이 태어나지."
[ 운명가 ]
"게스트 제국은.
그 선택을 받아들이지 못했어.
그들은 가장 강대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지.
수많은 병사.
수많은 영웅.
수많은 전설.
그곳의 깃발은 붉었고.
그의 야망은 더욱 붉었어.

그리고.
그는 생각했네.

‘왜.’
‘어째서.’
‘밴 해머는 로블록시안 제국의 것이지?’
‘어째서 심판의 권한은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았지?’

처음에는 불만이었어.
그리고.
질투가 되었지.

마침내.

증오가 되었네."
[ 운명가 ]
"전쟁은 그렇게 시작되었어.
거창한 선언도 없었고.
명분도 없었지.
그저.

탐욕 하나뿐.
게스트 군단은 움직이기 시작했어.
왕국들이 함락되기 시작했네.

검은바위 왕국.
녹아내렸어.

펑글.
불타버렸지.

묘지.
신성한 혼의 왕국은
더이상 볼 수 없게 되었고

소서러.
바람처럼 사라졌어.

도시의 하늘마다.
붉은 깃발이 꽂혔지.
마치 피가 번져가는 것처럼.

하나.
둘.
셋.

세상은 점점 게스트 제국의 색으로 물들어갔어.
그리고 결국.
로블록시안 제국만이 남았네.”
[ 운명가 ]
“사실, 로블록시안 제국이 전쟁을 혐오한다는 건 지나가던 베이비 로블록시안도 알만한 자명한 진리야.
그들은 싸움을 싫어했네.
그래서 마지막까지 남았던 거야.
그들은 끝까지 협상을 시도했어.
끝까지 대화를 원했지.

..끝까지 평화를 원했네.

하지만.
게스트 제국은 이를 이용해
로블록시안 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를 먼저 집어삼켰어.

밴 해머는 강력했지만.
완벽하지 않았지.
한 명을 밴하면.
잠시 힘을 잃었거든.

수만 명의 군대 앞에서.
밴 해머 하나는 충분하지 않았어.

사람들은 두려워했네.

패배를.

죽음을.
절망을.
그 제국은 처음으로 멸망을 경험했어.
물론,


‘게스트’ 제국이 말이야."
[ 운명가 ]
"빌더맨과 에릭 카셀. 그들은 세상 모든 나라에게 숨겨온 비밀이 있었어.

‘로블록시안_정부’

최고의 잠재력을 지닌 정예 로블록시안들만을 선별해 조직된 비밀 결사.

극도로 엄격한 시험과 면접을 통과한 극소수의 선택받은 자들에게—

셰들레츠키, 스틱마스터루크, 듀세카. 세 현자의 신성한 역량을 결집해 탄생시킨 이노베이션 크리스탈과 접촉하게 해.

그러면 그 로블록시안은, 자신의 잠재력의 깊이에 따라 고유한 능력을 부여받게 돼.

그들은 더 이상 평범한 로블록시안이 아니었네.

제국의 수호자.
로블록시안 최후의 희망.
제국의 방패이자
동시에 제국의 검
그 자체였지.

전쟁은 뒤집혔어.
게스트 군단은 무너지기 시작했고.
붉은 깃발은 하나둘 사라졌네.

그리고 마침내.

게스트 제국은 몰락했어.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전쟁은.

그렇게 막을 내렸네.


‘전쟁은 끝났네.’”
게스트 제국은 무너졌고.
붉은 깃발은 사라졌네.
로블록시안들은 승리를 축하했지.

여담이지만 소문에 따르면, 아직 암흑 속에 숨어 지내는 게스트들이 존재한대.
6월 66일. 66시 66분. 특정한 장소에 있는 로블록시안들은… 게스트 제국의 군주.
게스트 666에 의해 끔찍하게 숙청된다는 소문이 있어.
하지만 목격담은 없어. 그냥… 세상의 어딘가에 떠도는 도시 전설 같은 느낌?

무엇이 됐든.
그들은 승리했지만,

항상 사건의 증거는 남을 수 밖에 없어.

폐허.
증오.
상처.

그리고.

버려진 땅.
[ 운명가 ]
"빌더맨과 에릭 카셀은 승리 후 결정을 내렸네.
모든 아케인 행성을 통치하지 않기로.
그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거든.
세상은 너무 넓었고.
그 넓은 대지를 손안에 담을 수는 없었거든.

...그래서 그들은 문명의 영역을 정했네.
질서가 존재하는 곳.
법이 존재하는 곳.
가능성이 존재하는 곳.

아케인 행성의 30%만이
그런 곳이 되었어.

그러나.
남은 70%의 대지에는.
하나 둘 로블록시안이 발을 들이기 시작했어.

그래, 과연 어땠을까."
[ 운명가 ]
"빛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그림자가 생기는 법.

제국이 외면한 땅.
버려진 도시.
잊혀진 행성.
통제되지 않는 지역들.
그 모든 것들이 하나로 묶여.
새로운 이름을 얻었네.

‘밴 랜드.’

그 이름이 처음 등장한 순간이었어.
그곳은 국가가 아니야.
왕국도 아니고.
연합도 아니지.

그저.

끝없이 이어지는 무법지대.

혼돈의 영토.

망각의 변방."
[ 운명가 ]
"‘놀리'가 그곳에 스스로 발을 들였고, 스크립트. 즉 해킹 툴을 만들었고, 그곳에 발을 들이는 자들에게 스크립트의 일부 힘을 주었어.

로블록시안 제국이 끝내 놀리를 밴 시키긴 했지만,
너무 늦은 뒤였어.

누군가는 그곳을.
범죄자들의 낙원이라 불렀고.

누군가는.
세상에서 버려진 자들의 마지막 안식처라 불렀네.

둘 다 틀리지 않았어.
밴 랜드에는 법이 없었네.

강탈도.
살인도.
배신도.
처벌받지 않았지.

강한 자는 모든 것을 얻고.
약한 자는 모든 것을 빼앗겼어.

그곳에서 정의란.

칼날의 길이와 같았네."
[ 운명가 ]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은 가장 자유로운 땅이기도 했어.

제국에서 추방된 자들.
차별받던 자들.
실패한 자들.
상처 입은 자들.
그들은 모두.

밴 랜드로 향했지.
괴물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그곳은 더욱 지옥이 되었어.

그곳에 온 로블록시안은..

’선지자’들에게 잡혀가서..
알 수 없는 짓을 당하거든.

어이쿠, 너무 깊은 어둠까지 들여다볼 필요는 없겠지 이 찝찝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도록 하고…

아마 왜 중요한 순간에 이야기 주제 바꾸냐고 답답해 하고 있겠지?

하지만 이게 운명인걸~

그래. 그러나.”
운명가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 운명가 ]
"진짜 문제는.
그 이후부터야.”
그 순간.
별빛이 흔들린다.
주변 공간이 미세하게 갈라진다.

운명가는 한동안 침묵한다.
[ 운명가 ]
"...빌더맨이 사라졌네.
죽은 것이 아니야.
실종도 아니지.
...존재가 사라졌어.
전지한 내 눈에도 보이지 않는 실종.
빌더맨의 위치.
그의 운명의 실이,
어느 순간 완전히 끊어져버렸어.

아웃스페이스의, 인격 추출 기기가 있던 곳에서 사라진 것 같긴 했다만…”
운명가는 천천히 고개를 든다.
[ 운명가 ]
“...얼마 후.
에릭 카셀도 세상을 떠났어.
그런데 이상하지.
그는 원래.

훨씬 전에 죽어야 했거든.

누군가 그의 시간을 억지로 붙잡고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운명가는 약간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는다.
[ 운명가 ]
"’청랑.’

그녀.
다크하트를 가져온 자.

에릭 카셀의 후계자.

로블록시안 제국의 2대 통치자.

에릭 카셀의 유언서에 그녀가 다음 군주라고… 새겨져 있더라고.

...하지만.
...이상했어.
아니,
말이 안됐어.
내 운명 속에는.

청랑이라는 존재 자체가 없었거든.

없어.

정말로.

존재하지 않았어.

그런데.

그녀는 지금 현실에 존재하고 있네.”
운명가는 조용히 웃는다.
그 웃음은 처음으로 떨리고 있었다.
[ 운명가 ]
"...그때 처음 깨달았어.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운명 밖에서 오고 있다는 것을."
[ 운명가 ]
"물론 아직까지 별탈 없이, 변형된 운명의 궤도 속에서도 나라는 잘 굴러가고 있어.

내가 예견한 운명은 아니지만, 청랑은 탁월한 통치자거든.
에릭 카셀과 빌더맨이 사라진 공백으로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고, 여러 치세와 제도로 민심의 동요를 안정시켰어.

결론적으로 세계의 운명은 뒤틀렸지만, 그 뒤틀린 궤도 위에서도 난 여전히 운명을 주시하고, 조율할 수 있어."
[ 운명가 ]
"하지만… 불안해.
공허의 심층에서 일어나는 기척… 에릭 카셀의 부자연스러운 죽음… 빌더맨의 운명의 실의 끊김… 그리고 청랑이라는 변수의 등장까지…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거대한 이변을 향해 수렴하고 있어."
[ 운명가 ]
"어쩌면,"
[ 운명가 ]
"아주 어쩌면,"
[ 운명가 ]
"이것이 모든 것의 서장이고,
앞으로 이 세계를 뒤덮을 것은…"
“[ UNKNOWN ]이라는 거야.”
프롤로그 종료 — 에피소드 1권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