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일들이 지나간 뒤.
아름답고 파란빛으로 가득 찬 우주. 아직 죽지 않은, 살아있는 빛들이 찬란하게 반짝이며 이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치만,
이번에 그 우주를 가르며 가는 존재는 그 누구도 달갑지 않은 존재였다.
언노운은 우주와 제국의 경계선 앞에 다다랐다.
언노운의 형체를 인식한 경계선은 즉각 관리자 권한을 요구하며 붉은 경고를 날렸으나, 그 경계선은 곧 언노운의 치명적이게 날카로운 글리치 건틀렛에 무의미하게 파괴되었다.
제국을 수호하는 강고한 기틀이자 필터는 미세한 소리조차 남기지 못하고 찢겨 나갔고, 침입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부로 침입했다.
로블록시안 제국에 들어온 침입자는 거침없이 제국과 모든 행성을 잇는 커넥트 라인이 모인 곳인 코어룸 입구로 향했다.
제국 경비병
“..? 당장 멈춰-”
UNKNOWN
“#####”
제국 경비병
“-춰ㄹㅏ르나ㅏ그ㅠ디#<=^*-”
통로 앞을 엄숙히 지키고 서 있던 제국 경비병이 미처 무기를 집어 들기도 전에, 언노운은 그 손끝에서 번뜩이는 결함 건틀렛을 뻗어냈다.
경비병의 다급하던 눈빛은 기묘한 오류 문양으로 덧씌워지고 숨을 불규칙하게 쉰 채 바닥으로 쓰러졌다.
결함 파편에 박혀 쓰러진 경비를 뒤로한 채, 언노운은 길게 늘어선 공허한 복도를 천천히 흐르듯 가로질렀다.
코어룸 내부 앞에 수없이 놓여져있는 복도엔 정말 수많은 보안 장치와 문이 있었지만, 언노운이 앞으로 이동할 때마다 앞에 있는 문들은 매우 쉽게 무너지고, 소멸했고, 파괴되었다.
그리고 언노운의 화면엔,
> 🚪_⬅️_🚫
이 떠있었다.
마침내 무수한 커넥트 라인이 가운데 뭉친 거대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는 중심부. 코어룸 내부에 도착했다.
회색빛 공간의 모든 데이터가 집중된 코어를 향해 그것이 무심하게 발걸음을 옮기던 그때, 정적을 깨는 차분하고도 서늘한 목소리가 복도 끝에서 울려 퍼졌다.
청랑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청랑은 빌더맨과 에릭 카셀을 이은 로블록시안 제국 정점에 선 통치자였다. 그 품위를 증명하듯, 신중하고도 의연한 태도로 코어룸의 중앙에 서 있었다.
그녀는 다가올 운명을 이미 예감하고 있었으나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디폴투의 끊어진 온라인 신호, 깨진 필터, 여러 시민들의 개체 미확인 생물의 코어룸으로 향하는 제보까지.
제국의 핵심이자 모든 커넥트 라인이 집결하는 이 코어룸을 지키는 것은 통치자로서의 의무이자, [???]이 그녀에게 부여한 힘의 마지막 이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곳에 온지 얼마나 됐을까, 코어룸으로 통하는 육중한 강철 문이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일그러지며 코드화되어 사라졌다. 검게 물든 오류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고, 그 연기 속에서 다리가 없는 검고 아련한 형상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채로 일그러지는 균열이 자신과 배경 또한 사방으로 흩뿌려지는 자,
언노운이었다.
언노운의 검은 상반신 주변으로는 실시간으로 코드가 갈라지고 재생되기를 반복하는 섬뜩한 오류의 입자들이 맴돌고 있었다.
언노운은 천천히 청랑을 향해 이동하며 공허하고 지직거리는 기계음이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기괴하게 꺾인 기계음과 깨진 문자가 공기 중으로 흩뿌려졌다.
UNKNOWN
“You... left me to become like this... WHY ME??”
그것의 목소리 주변엔 수많은 죽은 로블록시안들의 원한이 그것의 음성에 짙게 깔려 있었다.
청랑
“글쎄요... 모든 비극과 실패는 결국 스스로의 무능에서 비롯되는 법이지 않나요?”
청랑은 놀랍게도 영어를 이해하고 대답하였다. 그러나 청랑의 목소리에는 일랑이는 동정표조차 섞여 있지 않았다. 통치자로서 제국을 위협하는 버그이자 오류를 영원히 배척하겠다는 강한 의지만이 담겨 있었다.
언노운은 그것이 자신과 무슨 상관이냐는듯, 순간이동으로 바로 코어로 향하였고 ‘결함 건틀렛'으로 힘껏 쳤다.
하지만 코어는 작은 흠 조차 생기지 않았다.
청랑
“부질없는 시도입니다. 코어를 둘러싼 정화의 결계는 이 제국의 존재 증명. 절 완전히 쓰러트리기 전까지는 그 결계는 단 0.1 스터드도 뚫리지 않을 겁니다.”
청랑의 차분한 선언과 함께 코어룸 전체가 정화의 빛나는 오라로 가득 차올랐다. 코어에선 천천히 가려져있던 입체형 정화의 막이 드러났다.
이 막은 청랑의 생명력과 정화의 에너지로 직접 연결되어 있기에, 청랑이라는 존재를 완벽히 멸하지 않는 한 그 누구도 코어에 손을 대할 수 없었다.
청랑
“다들 제가 그저 비상한 머리와 특별한 능력만으로 제국의 통치자 자리에 올랐다고 생각하시더군요.
…하지만 그것은 거대한 착각입니다. 저 역시 이 제국을 지키기 위한 최전선의 무인이었음을, 오늘 그대의 그 비틀린 결함을 정화함으로써 함께 증명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거대한 착각입니다. 저 역시 이 제국을 지키기 위한 최전선의 무인이었음을, 오늘 그대의 그 비틀린 결함을 정화함으로써 함께 증명해 드리겠습니다.”
언노운은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지르며 몸을 일그러뜨렸다. 그순간, 청랑은 언노운 뒤, 공중에서 따가운 시선들이 자신의 눈빛과 충돌했고, 그리고 그녀라면 느꼈을 것이다.
제국의 운명을 걸고 펼쳐질 역사상 가장 큰 사투의 막이 올라갔다는 것을.
언노운의 몸 전체가 순간적으로 붉고 검은 글리치가 일어났다. 언노운은 가장 먼저 결함의 파편을 한데 모아 형태를 다듬었다.
> 🛑
청랑 발 밑에 붉은색 정지 표지판 이모지가 큼지막하게 생김과 동시에 청랑의 발밑 공간이 완벽히 동결되며 움직임이 봉쇄되었다.
> 🔪
날카로운 식칼 모형이 공중에 생성되더니 그대로 청랑의 심장을 향해 음속으로 날아갔다.
청랑은 손에서 정화의 힘을 모아 파동 모양으로 퍼트려 식칼의 궤적을 고개 하나 차이로 비틀어 피했다.
식칼은 청랑의 뺨을 스치며 뒷쪽 벽면 깊숙이 박히자 검이 수많은 파편으로 분리되어 청랑에게 돌아갔다. 청랑은 뒤를 보지도 않고 정화의 노란빛 줄기를 한발 발사해 그 줄기에서 수많은 나비들이 나타나 대신 파편들을 맞아줬다.
그리고 바로 청랑은 손에서 갈퀴를 빛으로 빗어 언노운에게 돌격했다. 언노운 또한 결함 건틀렛으로 대응하였다.
서로가 서로의 공격을 흐르듯 막으면서 합을 맞추기 시작했다. 언노운이 가로로 베자 그 움직임을 본 청랑이 아래로 피한뒤 갈퀴를 위로 베자 언노운은 재빨리 뒤로 뺀후 다시 매섭게 돌진해 앞을 찔렀다.
청랑은 바로 막은뒤 양손에서 갈퀴로 무차별적으로 베기 시작했지만 언노운은 그 모든 공격의 패턴을 읽고 틈새의 순간이동으로 피하였다.
서로에게 절대 빈틈따윈 내주진 않는 합을 맞추다, 청랑이 노란 빛줄기를 여러번 쏘아 언노운을 자신에서 떨어지게 했다. 그리고 양손를 모아 강력한 에너지볼을 발사하였다.
언노운은 기계적인 기계음을 내지르며 두 개의 이모지를 연속으로 허공에 띄웠다.
> 🛡️_💥
방패 이모지가 단단한 결함 장벽을 형성해 청랑의 에너지볼을 1차적으로 막아내었고, 뒤이어 방패에서 거대한 글리치 폭발을 일으켰다.
[ 쾅-!! ]
엄청난 충격파가 코어룸의 바닥을 쇄석으로 만들어버리며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연기 속에서 언노운은 멈추지 않고 이모지들을 다시 생성하기 시작했다.
> ⚡_🏹_☣️
번개, 활과 화살, 그리고 독성 문양이 한데 엉켜 감전과 부식을 동시에 일으키는 붉은 결함 화살 다발로 변형되었다. 한대만 맞아도 치명적일 것 같은 수백개로 청랑의 전신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청랑은 빠르게 빛으로 가공한 망토를 크게 휘두르며 정화의 막을 전면으로 생성되었다.
맑은 투명 보호막 위로 붉은 결함 화살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며 엄청난 스파크를 튀겼다. 정화의 힘과 오류의 부식이 상충하며 코어룸의 스카이박스 전체가 흔들렸다.
청랑은 자리를 치고 도약하여 손으로 궤적을 공중에 그려냈다. 정화로 극대화된 빛과 빛으로 이어진 선이 언노운의 허리를 단칼에 베어버리기 위해 날아갔다. 언노운은 미리 예상이라도 한듯 빠르게 새로운 이모지 결합을 선보였다.
> 🌀_👻_💨
소용돌이, 유령, 바람 이모지가 동시에 보이자마자 언노운의 형상이 순식간에 기화되어 공기 중으로 사라졌다. 청랑의 빛의 선은 허공만을 가르며 뒤편의 기둥을 잘라내었다. 청랑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청랑
“위쪽이군요!”
언노운은 이미 청랑의 머리 위 근처까지 순간이동해 있었다. 언노운이 손을 뻗자 세 개의 이모지가 융합했다.
> 🔨_⛓️_🩸
망치, 사슬, 그리고 핏방울 이모지가 결합하여 청랑의 정화 오라를 강제로 구속하고 찍어누르는 거대한 '결함 징벌 망치'가 완성되었다.
언노운이 손을 내리찍자 무시무시한 중력과 함께 사슬이 청랑의 사지를 얽매었다. 청랑이 힘을 모은 빛 줄기를 발사했지만 언노운은 작은 원형 빛으로 변하여 빛 줄기를 가로질러 청랑의 뒤로 갔다.
그리곤 위에서 핏빛의 거대한 망치가 청랑의 정수리를 향해 무자비하게 내리꽂혔다.
청랑
“결국…이렇게 되는거군요. 이제부터 진짜 시작입니다.”
청랑은 순간 눈을 반짝이며 자신의 긍정적인 정화 에너지와, 부정적인 “스크립트의 기운”을 100%로 끌어올렸다. 그렇게 양과 음이 태극 문양으로 그녀의 전신을 감싸 안으며 수직으로 솟구쳤다.
[ 콰아아앙-!! ]
청랑
“정화란 본래 작은 미세 코드까지 치유하고 배려하는 온화한 양의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스크립트라는 거친 음의 파동과 만났을 때 비로소 완전한 균형을 이루죠.”
핏빛 망치와 결박은 사방에서 하얀 빛을 내며 사라졌으며 코어룸 전체의 벽과 바닥에 하얀 빛들로 금이 갔다.
언노운은 표정 하나 미동하지 않았지만 짐승으로서 분노한 기세는 가릴 수 없었다. 허공으로 뛰어올라 언노운은 청랑의 안면을 향해 글리치 건틀렛을 휘둘렀지만, 청랑의 주변에 더욱 강력한 빛이 나오며 코어룸 전체에 하얗고 검은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그리고 바로 청랑은 하얀 힘. 양의 힘을 이용해 보는 것만으로도 소멸할 정도의 강렬한 에너지빔을 굉장히 빠르게 쏘아냈다.
그렇지만 언노운의 반응 속도는 생물적인 한계를 뛰어넘어 있었다. 언노운의 얼굴 바로 앞에 단호한 모양의 이모지가 떠올랐다.
> 🚫
언노운의 앞에 검은 접근 금지 모양 방패가 나오자마자 에너지빔과 충돌을 일으켰다. 곧 그 충돌의 끝은 에너지빔의 승리로 결정났지만 충분히 언노운이 순간이동으로 도망갈 시간은 주어졌다.
하지만 청랑은 이것을 예측했다는 듯 자신의 영역에 수많은 균열을 내어 공격하였다. 언노운 또한 밀려오는 정화의 단검 세례에 대응했다.
> ☯️_🔒
수많은 균열들이 자물쇠 모양에 덮어졌으며 청랑의 능력까지 단번에 잠가버렸다. 청랑의 손끝에서 순식간에 정화의 기운이 멈칫하며 차단되었다.
청랑
“제 영역에서 이런 잡기술은 통하지 않습니다!”
청랑이 주변 영역에 있는 양과 음의 기운을 모으는 그 순간을 언노운은 결코 놓치지 않았다. 언노운의 두 눈에서 검은 액체가 흘러내리며 그것의 손에 강력한 글리치 에너지가 집중되었다.
> 👁️_🕸️_🕷️_☠️
그 순간, 청랑의 시야 전체가 기괴하게 일그러지며 거미줄 형태의 결함망으로 덮여버렸다. 시야가 마비된 청랑 전신에 수천 마리의 거미들이 피부를 찢기 시작하였다.
청랑
“...큭..”
청랑의 입에서 최초로 잠깐의 비명이 튀어나왔다. 정화의 면역력 덕분에 피부가 먹히진 않았으나, 물리적인 타격과 인격을 갉아먹는 글리치의 통증은 온전히 청랑의 신체로 전달되었다.
청랑은 신음을 삼키며 양의 힘으로 빅뱅 모형의 힘을 제조해 전신에서 폭발시켜 자신을 가두고 있던 오류 거미망을 깔끔하게 태워버렸다.
하지만 숨 넘길 시간도 없이 언노운은 결함 건틀렛으로 뒤에서 기습하는걸 간신히 피하였고 청랑 또한 음의 힘으로 다시 맹렬하게 돌격하는 언노운의 공격을 수차례 방어하였다.
빠른 근접 공격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언노운은 다시 글리치모지를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 🔥_❄️_🌩️
이번엔 불꽃, 얼음, 그리고 번개 이모지가 직접 나와 삼각형을 이루며 회전하더니, 삼원소의 힘이 들어간 글리치 레이저로 변환되어 청랑을 향해 직사로 뿜어져 나왔다.
붉고 파랗고 노란 오류의 광선이 공간 자체를 일그러뜨리며 청랑의 시선을 압도하였다. 그러나 청랑은 밀릴 수 없었다. 눈을 감고 자신의 모든 감각을 손으로 옮겼다.
그녀의 한손엔 하얀 정화의 힘, 한손엔 검은 스크립트의 힘이 균형있게 대립하여 일명 ‘태극'이 발사하였다. 삼원소 레이저가 태극과 부딪히며 방 안 전체가 굉음과 함께 빛의 소용돌이에 휘감겼다.
청랑은 광선을 막음과 동시에 사각으로 빛나는 별들을 빠르게 언노운에게 날렸다. 언노운은 원형의 결함으로 변해 별과 별을 넘나들며 청랑에게 돌격하였다.
청랑은 양과 음의 힘으로 방패 하나를 만들어 언노운의 돌진을 막아내었다. 그와 동시에 태극의 방패를 쪼개어 두 자루의 정화/스크립트 쌍검으로 변형시켰다.
청랑의 쌍검이 허공에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언노운의 형상을 수백 번 꿰뚫고 베어 넘겼다. 언노운의 몸에서 무수한 검은 글리치 파편과 코드들이 튀어나갔다. 언노운은 극심한 타격 속에서도 마지막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 🔮_🕳️
계속 언노운을 공격하던 청랑의 바닥이 붕괴되며 검은 공허의 구멍이 뚫려 나갔고, 강력한 끌어당김의 힘이 청랑을 집어삼켰다.
계속되는 떨어짐에 청랑의 집중력도 서서히 떨어지던 사이, 갑자기 앞에서 언노운이 등장하였다. 청랑은 바로 빛으로 빗은 단검을 언노운 가슴 중앙에 깊숙이 내질렀다.
[ 푸욱-!! ]
정화의 단검이 언노운의 가슴을 완벽히 관통했다. 언노운은 미동이 없었다. 청랑은 ‘이렇게 쉽게…?’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배경이 잠시 일그러지더니 갑자기 로블록시안 제국으로 돌아왔다. 청랑이 찌른 것은 언노운이 아닌.. 일반 로블록시안이었다.
충격에 싸인 청랑의 동공의 흔들림도 잠시, 언노운이 청랑의 뒤에서 빠르게 결함 건틀렛으로 달려들었다.
UNKNOWN
“#####”
눈부신 정화의 힘을 보여주며 모든 상태효과에 면역이라던 청랑의 말을 보란듯이, 언노운의 결함 건틀렛이 청랑의 몸을 정확히 관통하였다.
청랑
“...진심인가요?”
배경은 코어룸 내부로 돌아왔다. 이 모든 것은 환각이었던 것이다. 모든 부정적 효과에 면역이라고 말하고 다녔던 능력이 난생 처음 본 환각에게는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청랑
“하… 제가 말했지 않았나요? 저는 이런 효과에 면역이라고.”
퍼져나가며 그녀의 몸을 구성하던 글리치와 오류들을 순식간에 정화하기 시작했다. 왜곡되고 있던 청랑의 몸이 지직거리며 본모습을 되찾기 시작하였다.
청랑은 거친 숨을 내쉬며 결함 건틀렛이 정화에 의해 사라진 언노운을 바라보았다.
청랑
“저의 정화는 그 어떤 결함도 거부합니다. 그대의 글리치와 그 이상한 '#####’'의 힘이 아무리 강대할지라도, 나라는 존재 자체를 오염시키거나 뚫을 수는 없습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한, 코어의 정화 막은 결코 열리지 않을 것입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한, 코어의 정화 막은 결코 열리지 않을 것입니다.”
청랑의 말은 사실이었다. 청랑의 정화 능력은 스크립트 오류와 결함에 완벽한 면역을 가지고 있었기에, 언노운이 직접 행하는 그 어떤 결함 공격이나 필살기 '#####’' 역시 청랑에게 직접적인 치명상을 입혀 그녀를 완전히 파괴할 수 없었다.
언노운은 위를 바라보며 지직거리는 로안적인 오류 음성 속에서 낮게 웃기 시작했다. 기괴하고 오싹한 웃음소리가 붕괴된 코어룸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아주 빠르게 청랑의 주변을 돌기 시작하였다.
청랑
“이런 뻔한 전개는 통하지 않습니다!”
청랑은 바닥을 내려치며 바닥 전체가 하얀 빛으로 반짝하게 충격을 일으켰다. 하지만 언노운은 어디에도 없었고, 오히려 아래에서 금이 갔다.
청랑
“!”
언노운은 아래에서 결함 건틀렛을 든 채 등장하였고 청랑의 아래를 정확히 노렸지만 또 정화의 오라에 의해 튕겨져나갔다.
언노운은 인정할 수 없는 이성 잃은 짐승인듯 빠르게 순간이동하며 청랑을 몇번이나 찌르고 찌르고, 찔렀다. 청랑은 이를 대비했다는듯, 스크립트의 힘을 잠시 꺼두고 정화의 힘을 극대화해 글리치 효과를 모조리 튕겨내고 있었다.
UNKNOWN
“#####!”
UNKNOWN
“#####!!!”
UNKNOWN
“#####!!!!!!”
UNKNOWN
“#####!!!!!!!!!!!...”
청랑은 가만히 서서 그 동작들을 지켜보다 팔을 뻗어 언노운을 잡고 정화의 검을 언노운의 가슴에 잔혹하게 쑤셔넣었다.
[ 푹-! ]
UNKNOWN
“#&₩&@;&₩?????”
청랑
“소용없는 짓입니다. 당신은 절대 저에게 피해를 가할 수 없습니다.”
UNKNOWN
“@#*&”......”
청랑
“운이 안좋다 생각하시고 슬슬 패배를 인정하세요.”
UNKNOWN
“#₩...”
청랑
“도대체 무엇을 믿고 그러시는건가요? 아직 숨긴 변수라고 존재하는겁니까?”
UNKNOWN
“...heh#*)..”
청랑
“...?”
UNKNOWN
“Heh... Hehehe... Yes, I cannot kill you... BUT WHAT ABOUT SOMETHING ELSE??”
청랑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의문을 품기도 전에, 청랑의 뒤쪽 어둠 속에서 묵직하고 섬뜩한 발자국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청랑이 고개를 돌리기도 전, 무언가 차갑고 날카로운 철제가 청랑의 등 뒤에서부터 가슴 정중앙을 꿰뚫고 튀어나왔다.
[ 푸훍-! ]
붉은 핏빛 데이터가 공중으로 터져 나왔다. 청랑은 천천히 고개를 내려 자신의 가슴을 뚫고 나온 창날을 바라보았다.
그 창날에는 정확히 로블록시안 정부의 로고가 그려져있었다.
그 창을 쥐고 있는 자는 다름 아닌, 언노운이 코어룸 입구에서 '#####’'을 바른 결함 파편으로 찔러 감염시켰던 제국의 경비병이었다.
감염된 경비병은 영혼을 잃은 눈으로 청랑의 등 뒤에 서서 묵묵히 창을 더 깊숙이 쑤셔 넣었다.
청랑
“어... 째서...?”
청랑은 입에서 붉은 핏빛 데이터를 토해내며 휘청였다.
언노운의 공격에는 면역이었던 정화의 몸이었지만, 몸만 감염된 경비의 공격, 즉 결함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경비병의 직접적인 무기의 공격까지는 막아낼 수 없었던 것이다.
정화의 기운이 청랑의 가슴 상처를 통해 급격히 누출되기 시작했다.
언노운은 가슴에 박혔던 정화의 검을 손으로 치워버리고 천천히 걸어 나왔다.
청랑은 바닥에 무릎을 꿇었고, 그녀의 정화의 오라가 산산이 부서져 허공으로 흩어졌다.
청랑의 시야가 서서히 어두워져 갔다. 통치자로서 제국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깊은 절망감과, 이제 희망은 어디에 있냐는 거대한 비극이 그녀를 완전히 집어삼켰다. 핏빛 데이터가 완전히 빠진 청랑의 신체는 천천히 회색 더미 데이터 가루로 변해 공중으로 분해되기 시작하였다.
https://youtu.be/ygu8Wd8dnJc
END OF EPISODE — ROBLOX DEFRAGMENT